경마팬분들게 드리는 편지 - 이우갑 신부

이우갑(son*******)
2008.08.11 11:21

사감위는 경마팬들을 사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경마팬 여러분

저는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우갑 신부(천주교 원주교구 소속)입니다. 저는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옆에 있는 성당에서 사목활동을 하며 도박의 폐해에 대해 알게 되어 도박중독자 상담과 잘못된 사행산업을 바로잡고자 하는 활동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사감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사감위 위원으로서 활동하며 느낀 점들, 특히 마사회를 보며 그리고 경마를 하다가 피해를 입은 수 많은 경마팬들을 만나며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선 이 글은 마사회가 본장과 장외 발매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사감위를 비난하고 특히 경마팬들을 위해서도 꼭 마련되어야 할 제도를 자신들의 이익에 반대된다는 이유로 거부하며 서명을 받는 등 비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경마팬 여러분들께 사실을 전달하고 사감위의 활동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를 해 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쓴 것입니다. 아울러 이 글의 내용은 사감위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제 개인 의견임을 말씀 드립니다.

1. 마사회의 사감위 규제에 대한 대응과 반대 서명 공지를 보며

저는 마사회를 특별히 사랑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사회를 특별히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행산업 관계된 일로 마사회를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안타까움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세상의 소리, 다른 이들의 소리, 고객의 소리를 외면하고 이기적이고 편파적인 자신들의 논리에만 빠져있을까?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면도 품위도 모두 무시하고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자신들로 인해 피해보는 그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애써 숨기고 가리면서 외면하는 모습.  정말 마음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이번 각 장외 발매소 등에서 벌이고 있는 사감위 비난 홍보와 반대 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사회는 공기업입니다. 특혜를 받아 독점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그 이익으로 좋은 일을 하고자 설립된 공기업입니다. 그렇다면 그 특혜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 공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품위 있는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무슨 막무가내 이익집단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따름입니다.

마사회는 그런 의미에서 변화를 모르는 기업입니다. 변화는 기업을 위해서도 고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마사회는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찾는 고객과 국민을 위한 변화대신 자기의 이익을 지키려는 항변만 가득합니다.

사감위가 여러 정책을 마련할 때에는, 그것도 국민들의 지지 속에 마사회에 변화를 요구하는 제도들이 거론될 때에는 최소한의 자기 점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우리가 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가 왜 도박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있는가?” “우리가 경마팬들에게 정말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는 진정으로 경마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는가?” 이런 자기 반성과 점검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이제껏 사감위의 정책에 반발하며 내놓은 마사회 반발에는 자기 반성, 자기 점검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마사회 반발의 핵심은 ‘사감위가 규제하면 매출이 준다, 그래서 직원들이 어렵다.’ 단순히 이 논리입니다. 그리고 마사회 부탁으로 동원된 단체들의 항변은 ‘마사회가 우리한테 선심 베풀듯 주던 돈이 줄어드니 마사회 탄압하지 말라’라는 것입니다. (사감위에 정당한 항의를 하시는 관련단체들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다만 마사회가 자기 이익을 위해 애꿎은 관련단체들을 동원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  

마사회는 자기들의 과도한 이익이 줄어드는 것에 애를 달아하며 반발하기보다는 정말 진지하게 자신들의 지나온 모습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경마 사업자라면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말 육성을 무슨 대단한 업적인양 내세우기보다, 건전한 경마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고객들이 정말 품위 있고 즐겁게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행여라도 도박 중독에 빠질까 봐 오히려 나서서 고객들을 조심시키고 행여 도박 중독에 빠진 고객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와 주었는지, 말을 이용한 다양한 스포츠 육성에 얼마만큼 노력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마사회는 자기 반성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지키고자 애꿎은 관련 단체들을 동원하거나 경마팬들을 이용하는 일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2. 경마팬을 도박꾼 취급하는 것은 바로 마사회입니다.

많은 경마팬들은 사감위가 경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지적을 하십니다. 맞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경마고수'처럼 분석과 베팅을 잘하는 분만이 경마를 잘 아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정말 경마를 잘 아는 것은 경마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생각으로는 사감위가 그 어느 경마팬보다 경마를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사감위가 원하는 경마의 모습은 경마팬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아이의 손을 잡고 경마장을 찾아 재미있고, 즐겁고, 고객으로서 충분한 대접을 받으며 품위 있게 즐길 수 있는 경마, 다만 그것입니다. 그것이 정말 경마를 잘 아는 것, 경마를 사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베팅은 잘 못하지만 수 십 차례 경마 본장과 장외발매소를 다녀보았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경마장, 장외 발매소등도 다녀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도박장 같은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도 있고 특히 놀이문화, 게임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개인, 과도하게 빠져드는 일부 경마팬의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80년 넘게 경마를 진행해 오면서 경마를 이런 단순한 도박장처럼만 운영해온 마사회에 가장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사회, 그저 경마를 이용해서 돈을 벌 생각만 했을 뿐, 멋진 경마 문화에 대해, 경마를 사랑하는 고객들의 품위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자, 과연 누가 더 경마를 알고 경마를 사랑합니까? 저는 적어도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그 멋지고 박진감 넘치는 경마를 단순히 도박의 도구로만 사용해서 돈만 버는 목적으로 사용한 마사회는 경마를 사랑한다고 말 할 자격이 없습니다. 아무런 서비스나 안전장치 없이 고객들은 와서 돈이나 잃고 가는 ‘봉’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금 모습으로는 마사회는 경마팬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경마팬들을 도박꾼 취급하는 것은 사감위가 아니라 바로 마사회입니다!

사감위는 경마를 사랑하기에 그리고 경마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멋진 레저스포츠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잘못된 마사회를 향해 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감위는 경마팬들을 사랑하기에 경마팬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건전게임을 유도하고 도박 중독 예방과 치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마사회에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경마를 사랑하기에 경마가 단순히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의 대상에서 벗어나 멋진 레저 스포츠로 다시 태어나고 온 국민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경마로 만들어 달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3. 사감위가 하는 일 - 마사회 투명성과 고객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입니다.  

사감위가 마련하는 여러 제도들은 마사회의 변화, 올바른 경마 문화 정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경마팬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울러 사감위가 마련한 제도 역시 과도한 규제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나라에서 더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일부를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하려는 것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사감위에서 마련한 여러 제도들은 <규제>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제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든다면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도로에서 난폭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보행자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합시다. 이럴 때 국가는 당연히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던 도로에 차선을 긋고, 횡단보도를 만들고 표지판을 세웁니다. 그리고 때로는 신호등도 설치합니다. 그런 장치가 없었을 때 운전자는 자기 마음대로 운전하니 더 편했을지 모르지만 보행자는 불안에 떨어야 했고 결국 운전자도 피해를 보게 됩니다. 결국 새로운 제도는 마음껏 난폭 운전을 하던 운전자에게는 불편할 지 모르지만 결국은 보행자, 운전자 모두를 보호하는 장치, 필요한 제도입니다.

바로 이처럼 서로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들이 바로 사감위가 준비하고 있는 사행산업에 관한 제도들입니다.

마사회는 당연히 자기 마음대로 운전을 하며 도로를 누비다가 이런 안전장치, 제도들이 생겨난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못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은 마사회와 경마팬, 고객, 국민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아니 이미 있었어야 할 제도들이 너무 늦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마사회의 공지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마사회는 공지를 통해 카드제가 도입되면 경마팬들의 신분이 모두 노출되고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우선 사감위가 카드를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행산업 통합관리와 그에 따른 기업의 투명화, 두 번째는 고객 이용 편리, 세 번째는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입니다.

사감위가 도입을 추진하는 카드는 <무기명 실명카드>입니다. 무기명 실명카드는 최초 발급시점에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카드발급을 받습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복 발급방지입니다. 그러나 발급받은 이후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즉각 핀 코드로 전환되고 주민번호는 영구 삭제되어 그 어디에도 주민등록번호가 남아있지 않으며 본인이 다시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서 확인하기 이전에는 그 누구도, 서버 운영 관리인도 개인 신상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카드이기 때문에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카드도입 취지가 사라진다면 강력 반발하고 실명 개인카드 도입을 주장하였지만 인권문제와 개인 신상보호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사감위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무기명 실명카드로 잠정 결정되었습니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마권 구입도 대신할 수 있고 길게 줄을 서는 불편도 덜 수 있습니다. 현금을 이용하는 불편도 사라집니다. 물론 정해진 베팅한도액을 넘으면 경고가 울리게 되어있고 고액 배당을 받을 때에는 신분증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잘 알고 계신 것처럼 그런 제도는 지금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카드 도입 목적 자체가 고객의 편리성 증대에 있기에 현재의 불편 요소는 최대한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국 마사회는 사실도 아닌 것을 왜곡하고 부풀려 전달하면서 오히려 사라질 고객들의 불편을 예로 들어 고객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다른 제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마뿐만 아니라 경정, 경륜, 카지노, 로또, 스포츠 토토 등 이번 사감위 정책 대상이 되는 사행산업과 관련된 제도들은 관련 사업 시행자들에게는 불편한 일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고객의 안전과 편리에는 크게 도움이 되는 제도들입니다.        

4. 마사회의 변화, 경마팬들께 달려있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카지노, 경마 등과 인연을 맺으면서 그리고 또 한편 도박에 빠진 분들을 상담하고 함께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리고 그 인연으로 경마팬 분들과 이렇게 만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우선은 경마, 재미있게 즐기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오락으로, 또 어떤 때는 오락을 넘어 승부의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조금은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경마를 즐기는 것, 뭐 좋습니다. 솔직히 어떤 때는 조금은 과도하게 시간을 빼앗길 수도 있고 돈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인생 꼭 정도로만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엇 박자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삶이니까요.

그러나 정말 중독자는 되지 맙시다.

중독자는 경마팬도 아니고 잠시 즐기는 엇박자의 삶도 아니고 정말 불행 그 자체입니다. 중독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맙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중독자라기보다 건강한 경마팬이시겠지만, 여러분들 역시 바로 옆에서 처음에는 즐긴다고 시작했다가 중독에 빠져 불행해 진 분들을 수없이 보셨을 것입니다. 중독에 빠지면 정말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중독에 바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경마를 즐길 수 있을 만큼만 즐겨야 합니다. 사실 ‘경마고수’ 까지도 필요 없습니다. 중독에 빠져 모든 것을 다 잃으면 내가 아무리 경마팬이라 자처하고 예상지를 보며 분석을 잘 해도 천 원짜리 하나 베팅 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비참해질 뿐입니다. 진정한 경마팬이라면 내 스스로가 경마 중독자가 되는 것을 피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경마중독에 빠지려 할 때에도 옆에서 조심시키고 막아주어야 합니다. 중독에 빠지면 모두가 외면합니다. 마사회도 더 이상 아는체 하지 않고 다른 경마팬도, 친구도 가족도, 국가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분명히 잘 못된 것이지만 어쨌든 지금 현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먼저 스스로가 조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건전 경마, 즐거운 경마. 결국 경마팬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켜가면서 중독에 빠지지 않을 때 가능한 말들입니다.   

또 한가지 드릴 말씀은 마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경마팬들이 앞장 서 주셔야 합니다.

'미운 놈 있으면 경마장 데려가라'

오죽하면 이런 말이 생겼겠습니까? 아무리 건전경마를 즐기려 해도, 내가 조심해도, 환경이 나를 중독으로 이끌면 약한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빠져들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제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일단 경마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중독자가 될 위험이 농후하다는 것입니다. 술병에도 경고 문구가 있고 담배갑에도 경고문구가 있고 심지어 놀이공원의 탈것에도 위험을 예방하는 경고가 있지만 마사회 경마장에서는 아무도 도박 중독의 위험에 대해 경고해 주지 않습니다. 정말 무책임한 노릇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마 장외 발매소의 도박 중독 유병율은 72%나 되고 있습니다. 멀쩡한 사람도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대책없이 중독자가 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사회는 뭘하고 있습니까?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서의 책임감, 기업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의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큰 책임은 경마팬들에게도 있습니다.  물론 많은 경마팬들이 마사회에 불만을 터뜨리며 질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거의 다 배당 높여달라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더 재미있게, 더 안전하게, 더 떳떳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배당도 있는 것인데, 솔직히 경마팬들은 그런 노력이 이제까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마 하면 도박장, 숨어서 드나들어야 하고 경마로 가진 것을 몽땅 날려도 당당하게 하소연 한번 못하고 억울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사회의 묵인하에 베팅 상한선을 넘어서 과도 베팅을 하고 그 이유로 돈을 모두 잃었다면 그 책임의 일부는 분명히 마사회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독 예방을 위한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서 내가 도박 중독에 걸렸다면 위험한 놀이기구에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 사고를 낸 놀이기구 운영자처럼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경마팬들은 그저 침묵하고 포기하면서 마사회의 잘못을 인정해 줬고 그러다 보니 그 불이익은 고스란히 죄 없는 경마팬들이 뒤집어 쓰고 있는 것입니다.  

경마라는 즐거운 오락이 그리고 경마장이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안심하며 재미있게 베팅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멋진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사회의 덩치가 커지고 장외매장 숫자만 많아지는 그래서 매출만 많아지는(그에 따라 도박 중독자도 많아지는) 지금 같은 마사회가 아니라 진정으로  더 멋진 경마, 더 충실한 고객 서비스, 완벽한 안전장치를 고민하는 마사회가 필요합니다.

사감위가 경마팬들을 위해 제도를 마련하려고는 하지만 지금 마사회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감위가 마련하는 제도는 어쨌든 제도일 뿐,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들의 자각과 노력, 동감과 화답이 없으면 마사회의 그 어떤 변화도 이루어내지 못합니다.

경마팬들이 마사회의 진짜 주인입니다. 마사회가 좋은 모습으로 변화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질책해 주실 때 마사회가 변화 될 수 있고 경마팬들도 안심하고 떳떳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똑 같은 마음으로 사감위도 격려해 주시고 질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이 정말 기회입니다. 마사회를 위한 기회, 경마팬을 위한 기회, 국민을 위한 기회입니다. 경마팬들이 나서서 마사회 변화와 올바른 경마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두서 없이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