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팬 분들께 드리는 두 번째 편지 - 이우갑 신부

이우갑(son*******)
2008.08.21 13:30

사감위는 경마팬들을 사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경마팬 여러분

저는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우갑 신부(천주교 원주교구 소속)입니다.

저는 지난 8월 11일 마사회 경마 정보 게시판에 <경마팬 분들께 드리는 편지>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보여 주시고, 어떤 분은 찬성이나 격려를, 또 어떤 분들께서는 반대나 이견을 적어 주셨습니다. 우선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요즈음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건강한 토론 보다는 보기 민망한 욕설이나 비난 등이 많은데, 이번에 서로 의견을 나누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는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반대 의견이나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께서도 서로를 존중해 주시면서 조목 조목 의견을 제시해 주시고 지적을 해 주셔서 보다 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꼭 찬반을 나누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올린 글에 대한 이견이나 반대 의견을 주신 분들의 글은 제가 더 꼼꼼히 읽었습니다. 특히 사감위에 대한 지적들, '명분이 옳다고 해서 정책까지 저절로 다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신 부분을 보면서는 뜨끔 했습니다. 저 개인 자격으로 쓴 글이긴 하지만 제가 잘 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더 깊이 숙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사감위가 잘 모르고 판단하였다고 지적해 주신 부분이나 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사감위 회의에 참석할 때 꼭 전하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감위를 지켜 봐 주시고 한편으로는 격려를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말아 주실 것을 말씀 드립니다.

사실은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주제넘은 행동이라는 생각도합니다. 네가 뭔데 감히 <경마팬들께 드리는 편지>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올리느냐 나무라시면 솔직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 나름으로는 제 역할에 조금이나마 충실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편지 글을 올렸습니다. 기분 상하신 분들께서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글을 자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또 저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께서 올려 주신 글을 보며 제가 기왕 올린 글에 대한 책임으로 한번은 더 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올린 글에 대한 질문, 이견, 반대의견 등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먼저, 마사회에 대한 제 소회도 잠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편지를 드리는 것은 사감위 입장이 아니라 순 제 개인의 입장임을 말씀 드립니다. 다만 사감위가 마련한 제도에 대해서는 사감위가 마련 중에 있는 <사행산업 종합계획 시안>의 내용을 소개 드립니다) 저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을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사감위에 대한 좋은 제안들은 사감위 게시판을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마사회를 보며

1) 시대가 요구하는 마사회의 변화

사감위의 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마사회의 반발이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없던 제도가 생기고 매출에도 영향을 받게 되니 이런 반발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유독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마사회의 반발이 큰 것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지난 80년 동안 마사회는 특혜와 독점 속에서 경마를 시행해 왔습니다. 그 덕분으로 기업으로서의 도전도 없었고, 그만큼 다른 기업이 시대 요구와 흐름 속에 당연히 자기 쇄신과 변화를 할 때 마사회는 장외 매장 등을 통해 손쉽게 늘어나는 매출을 기뻐하며 자만하였고, 변화에 대해서는, 시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온실 속에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경마 도박 중독의 불행에 빠진 분들은 숨어서 자책하고 스스로의 나약함 때문이라며 자기자신에게만 탓을 돌리다 보니 마사회에서는 그 불행의 많은 부분이 마사회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모른 채 하며 쉽게 눈을 감아 왔습니다.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었던 마사회. 그러다 보니 시대의 흐름이 어떤지, 고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마사회에 대한 국민들이 우려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즈음 마사회가 작은 변화의 요구에도 당황하고, 당연한 제도 마련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지난 80년 동안 마사회가 얼마나 세상과 동 떨어져 살아왔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소비자의 권리가 확대되고, 기업의 윤리가 매출이나 수익의 확대보다 강조되는 지금, 마사회는 이제 스스로 변화되지 못해 안타깝게도 국민들에 의해 그 변화를 맞이 할 수 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마사회를 위해 고마운 일입니다. 마사회는 이제 반발보다는 스스로를 위해서도, 고객과 국민을 위해서도 진정한 자기 반성과 쇄신, 출발을 준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 특별한 권리는 특별한 의무와 함께 부여됩니다.

마사회가 이번 사감위의 제도 마련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저변에는 큰 오해가 있습니다. 마사회가 왜 설립되었고, 왜 독점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가? 너무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마사회 정체성에 대한 오해입니다. 마사회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마를 시행 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공기업입니다. 왜 마사회에만, 그것도 공기업의 형태로 특혜를 주어 경마를 허가했는가? 마사회는 단순히 <축산발전 기금을 모으기 위해>라고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을 축산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축산발전 기금만을 욕심 내고자 했다면 당연히 더 많은 마사회를 허가하고 더 많은 경마장, 장외 발매소를 세웠을 것입니다. 마사회가 가진 특혜는 <경마>가 가진 위험성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경마가 즐겁고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위험하기에 나아가 경마건 화투건, 어떤 형태로든 도박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에 그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믿는 공기업, 한 곳에만 특혜를 주어 마사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기업이기에 매출의 확대보다는 부작용 예방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공기업 이기에 국민들에게 경마가 비록 위험성이 있지만 국가가 운영하니 안심하고 즐기라는 초대를 마사회를 통해서 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만큼 마사회에는 국가의 신뢰가 담겨져 있고 국민들의 기대가 스며있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지금 마사회는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제가 지금은 경마에 대해서만 말씀 드리지만 다른 사행사업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경마 장외 발매소 도박 중독 유병율 72 % ! 장외 발매소를 이용하는 고객 열 명 중 일곱 명이 도박 중독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공기업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업 윤리가 있다면, 기업 윤리가 아니라 상식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자기 고객들이 이토록 심하게 불행을 겪는데 방치할 수 있고, 무관심할 수 있고 오히려 그 불행을 이용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그 불행을 모아 벌어 들인 돈으로 축산 농가를 지원한다고 해서 그 소가, 그 말이 제대로 크기나 하겠습니까?

마사회는 그 동안 자신들이 부여 받은 특권에 대해서는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면서, 자신들이 왜 그 특혜를 받았는지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 특혜와 동시에 주어진 너무도 중요한 의무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망각해 왔습니다. 국가는 마사회만 믿고 경마를 맡겨 시행하도록 했고 국민들은 공기업이라고 믿고 경마장을 찾았지만 마사회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실망시켰습니다. 특별한 권리에는 그만큼 엄중한 의무도 따르는 법입니다.

마사회는 '우리는 축산발전 기금을 많이 모으고 있고 그것이 우리 역할이다'라고 항변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축산발전 기금은 마사회의 의무가 아니라 <역할>입니다. 경마 시행이라는 독점적 특권이 전제로 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마 도박 중독 등 부작용 예방이라는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후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경마를 시행했을 때 모인 수익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라는 것에 대해서는 정책적 판단으로 축산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마사회는 이번 사감위의 제도 마련이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 오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할도 충실히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특권만큼 그 보다 더 큰 사회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마사회에 대한 국가의 신뢰, 고객들의 신뢰, 국민들의 기대에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2. 경마팬 분들께

경마팬 분들께서 지적해 주신 몇 가지에 대해 간단하게 제 입장, 사감위 종하게획의 내용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신부의 한계

많은 분들께서는 신부가 경마를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며 꾸지람을 주셨습니다. 특히 경마의 짜릿함이나 돈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 도박 중독자의 고통을 알기나 하면서 나서느냐 라는 질책을 받은 적도 많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신부들의 가장 큰 한계가 그것입니다. 고통 받는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방문 할 때에도 그런 자책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과 똑 같은 처지가 되면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함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것 같은데, 신부라는 역할은 여러 가지 보호 울타리 속에 있고 다른 이의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약 150년 전 다미안 신부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나환자 촌에서 함께 사셨는데 온갖 정성을 다해 나환자들을 치료하고 보살폈지만 나환자들은 한편 고마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코웃음만 쳤습니다. '네가 우리 고통을 알기나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나환자 촌에서 일하신 지 10 여 년이 지났을 때 그 분도 결국 나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물이 발 위에 쏟아졌지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분은 그 순간 눈물을 흘리며 감사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자신이 진짜 나환자가 되어 같은 고통을 느끼며 같이 기도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였습니다. 저나 다른 신부들이나 모두 그런 마음은 다미안 신부님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인간의 어려움, 고통은 보편적인 모습을 띄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결혼하지 않은 신부가 부부 문제도 상담할 수 있고, 죽음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죽는 이를 위로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행산업, 도박 중독의 문제에 대해 이렇게 나서고 말씀드릴 때 제 자신의 부족함, 한계를 잘 생각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이 사행, 도박 산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너무 많은 고통을 겪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가 경마나 도박 중독에 대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불법도박, 풍선효과 그리고 기관차 효과

많은 분들은 사감위가 불법 도박을 단속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난 2006년의 바다 이야기나 주변의 넘쳐나는 게임장이나 사설 경마장을 보면 그런 지적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감위가 불법 도박을 단속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1) 우선 현재 사감위 법이 너무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첫째가 불법 도박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는 것입니다. 현재 사감위법은 감독 대상을 <카지노 경정, 경륜, 경마, 복권, 체육투표권(토토)>로 한정해 놓고 있습니다. 잘 아시고 계신 것처럼 사감위도 정부 위원회다 보니 법에 근거해서 일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불법 도박에 대한 정책을 내 놓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올 해 안에 사감위 법이 개정되었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2) 두 번째로는 정부로서는 <공기업>에 대한 역할이 업무 순위로는 더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에서 사교육이나 불법 과외를 단속하고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이 더 기본 임무인 것처럼 기왕에 정부가 필요에 의해 허가한, 그것도 공기업으로 허가한 공영 합법 사행 산업의 건전화는 정책 대상에서 우선 순위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3) 세 번째로는 두 번째와 비슷한데 <기관차 효과>때문입니다. 일부 사행사업자들이 말하는 '합법을 단속하면 불법이 커진다' 라는 풍선효과라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측면 보다 더 근본적인 사행 도박 산업의 개선을 생각한다면 왜 이렇게 사행산업이 급작스럽게 사회문제가 되었는지를 다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행, 도박이 이렇게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 것은 2000년 이후입니다.(물론 그 전에도 문제는 많았지만..) 2000년 이후 내국인 카지노 개장(2000년 10월), 스포츠 토토 발매(2001년 10월), 경정 개장(2002년 6월), 로또 발매( 2002년 12월).. 그리고 경마 장외 발매소 급증.. 그리고 이들 공영 합법 사행산업의 번창에 따라 다른 불법 도박들이 뒤이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공영 합법 사행산업이 불법 시장을 키운 측면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관차 효과를 세분해서 말씀 드린다면 다음 네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 의식에서의 기관차 효과 - 도박이 합법화 되면서 도박에 대한 경계의식이 약해집니다. 또 로또 등에서 인생역전, 대박 등의 문구를 광고하면서 한탕주의, 도박 문화가 급속하게 확산되었습니다.

 * 형태에서의 기관차 효과 - 카지노가 생기면서 카지노 바가 생겨났고, 장외 발매소가 늘어나면서 화상 경마장이 범람했습니다. 사설 경마 역시 경마를 중계하면서 이루어 집니다.

 * 장소에서의 기관차 효과 - 합법 사행산업 한 곳이 들어서면 주변은 온통 도박 시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장외 발매소 주변을 돌아보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지방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 수요, 매출에서의 기관차 효과 - 일차로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공영 합법 사행 산업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킵니다. 허가 받은 장외 발매소에 호기심으로 갔다가 불법 경마에 빠지게 되고, 카지노에 호기심으로 놀러 갔다가 불법 '카지노 바'를 찾아가게 됩니다. 합법이 일차 수요를 만들고 불법이 이차 수요의 공급처가 되는 모습입니다.  

불법도박의 단속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합법 사행산업의 건전화, 불법 도박의 근절에는 우선 순위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사감위가 가진 한계, 사감위의 공식적인 역할, 우리나라에서는 합법 시장의 기관차 효과 등의 이유로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 감독이 조금 우선하고 있습니다.

3) 전자 카드

전자카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게다가 지난 번 제가 빠뜨린 부분까지 말씀 드린다면 아마 대부분의 경마팬 분들은 사감위가 이렇게까지 양보해도 되나 생각하실 정도입니다.

지난 번 말씀 드린 것처럼 사감위가 검토하고 있는 카드는 중복 발급 방지를 위해 최초 일회 주민등록증을 스캔 하지만 그 이후로는 어떤 개인 정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제가 개인적으로도 많은 전자 카드 전문가에게 확인 한 바입니다. 아마 경마팬 분들 중에서도 IT 전문가들께서는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 만연한 개인 정보 수집에 비추어 본다면 가장 최소한의 수집, 안정성이 확보된 형태입니다.

사용 중 몇 가지 제한 장치가 있습니다. 베팅 한도액, 강원랜드 같은 경우에는 출입 일수 등의 제한입니다. 이것은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 내용을 단지 카드로 한다는 것뿐입니다.

지난번 제가 설명을 빠트린 부분은 완전 무기명 카드도 함께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경마, 경정, 경륜 등의 경우 소액 베팅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사감위는 그분들을 위해서는 주민등록 스캔조차 하지 않는 단순 무기명 카드를 사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금 사용 불편은 막고, 고객, 특히 소액 구매, 베팅을 하시는 경마팬들의 편리를 더하자는 취지입니다.

사실 이런 카드 제도는 마사회가 고객 서비스를 위해 먼저 도입했어야 제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사회가 왜 이 카드를 반대하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고객들에게 카드에 대한 사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서명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마사회는 사감위가 준비하는 카드의 사용 내용,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객 개인 정보가 유출된다는 불안감을 조장하고 사감위 반대, 카드 반대 서명을 받았습니다. 어쩌시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경마팬들은 당연히 마사회를 믿고 서명하셨겠지만 마사회는 거짓 정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들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4. 배당률

배당률에 대한 말씀도 많이 하셨습니다. 우선 상황을 말씀 드리면 배당률 등은 사감위가 사행산업에 대한 기본 정책을 마련 할 때에 포함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마사회의 일차 감독 부처는 농림부입니다. 경정, 경륜, 카지노, 스포츠 토토는 문화 체육부가 담당부처입니다. 게다가 강원랜드 카지노의 주요 주주는 지식 경제부(옛 산자부)입니다. 이렇게 사행 산업 감독 부처가 각 각 다르고, 이전에는 사행산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감독을 하였고, 도 각 부처와 사행산업과는 기금을 통한 이해관계도 있어 사행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통합한다는 측면에서 <통합> 감독위원회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사행 산업 통합 관리 원칙은 사감위가 담당하지만 여전히 세부 실행 세칙은 각 부처가 담당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제 개인 의견으로는 사행산업에 대한 모든 관리 감독이 사감위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사감위가 배당률 등까지 직접 정책 내용에 포함 시키지 않는 사정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배당률 역시 논의에서 전적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배당률이 현저하게 낮거나 지나치게 높고 그런 문제에 대한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이 많아지고 나아가 그로 인해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 진다면 사감위 역시 정책적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5) 장외 발매소

마사회는 장외 발매소의 매출을 줄여나가라는 사감위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본장과 장외 발매소 매출 구조가 30 : 70 정도 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본장은 안 늘이고 장외 발매소만 계속 늘려 나가려고 한 것 같습니다. 원주, 순천에서도 장외 발매소를 설치하려다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설치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장외 발매소가 순전히 도박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저는 반대합니다. 장외 발매소(혹은 경마 중계)도 얼마든지 오락, 놀이 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외 발매소는 부가적인 기능입니다. 본장의 경마가 활발하고 그 다음에 최소한의 필요 기능으로서나 아주 단순한 오락 기능으로서는 장외 발매소가 필요할 지 몰라도 지금처럼 본장보다 장외 발매소에 더 신경을 쓰고 그 곳에서 대부분 매출을 올리려는 방법은 누구보다도 경마팬들에게 잘 못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도박을 반대하는 시민 단체에서도 장외 발매소를 없애고 본장을 짓는다고 하면 그것은 반대하지 않겠다 라고 까지 이야기 합니다.

현재의 장외 발매소는 경마의 박진감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부작용에 대한 어떤 대비책도 없이 다만 마사회의 수익을 올려 주기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장외 발매장의 도박 중독 유병율은 본장의 두 배 가까이 되고(본장 39.3%, 경마 장외 발매소 72.9 %) 도박장이라는 비난을 듣게 되고 지방자치단체의 기피시설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럼에도 장외 발매소를 멀리 있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강변하는 것은 너무나 속이 보이는 변명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 개인적으로는 사감위의 이번 시안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감위 시안에 따르면 2011년까지 본장과 장외 발매소 매출 비율을 5:5로 맞추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 정도가 아니라 장외 발매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마팬 분들께서는 특히 장외 매장을 즐겨 찾는 분들께서는 다른 의견도 있으시겠지만, 지금의 장외 발매소 같은 경우 들어가기만 하면 도박 중독자가 될 확률이 뻔한데, 그런 시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6) 경마팬 분들께

위에서 너무 길게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분들께서 지적해 주신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씀을 못 드린 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은 많지만 한꺼번에 이런 자리에서 다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혹시 마사회에서 마련해 주실는지..) 경마팬 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이것으로 마감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경마팬 분들께 다음 두 가지는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 째는 정말, 중독에 빠지지 마시라는 당부입니다.

'나는 괜찮겠지', 혹은 '나는 아직 아니야' 하시는 분들께서도 정말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를 감히 말씀 드립니다. 저는 많은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면서 도박 중독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가져 오는지,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어린 자녀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고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를 지켜 보게 되었고 솔직히 분노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어쩌자고, 자기 혼자 즐겁겠다고 저렇게 까지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중독자를 위로하며 함께 새 길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일단은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정말 정말 조심해주시고, 만일 자신이 없다면, 독하게 마음 먹고 경마, 끊으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자정 노력, 그리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는 노력 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감위의 그 어떤 제도도, 마사회가 반성하고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경마팬들의 자정 노력이 없으면 경마로 인한 부작용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경마 그 자체에 중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마 팬들 스스로 자정 노력도 있어야 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경마는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참여 인구가 가장 많으면서도 그런 노력은 거의 찾아 볼 수 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코리아 레이스나 검빛 같을 곳을 가봐도 경마팬들의 글은 배당에 대한 이야기와 잃었다고 한탄하는 이야기 외에는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경마를 위해 수준 높은 경마를 위해, 또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경마팬들 스스로 노력하는 글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선은 경마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경마팬들의 권리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마 팬은 단순히 경마를 사랑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분명한 마사회가 내어놓는 상품의 소비자입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돈을 상품 구매에 소비하면서도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한탄과 한숨뿐입니다. 뭐가 잘 못되었는지, 내가 어쩌다 이렇게 가진 모든 것을 다 잃게 되었는지, 그냥 자책하다 끝나버립니다.

그렇게 경마팬은 경마의 주인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계속 끌려 다니고, 무시의 눈길을 받으며 게임을 해야 하고 그렇게 경마팬의 목소리가 죽어있고 경마팬도 죽어가는 동안, 마사회는 소비자를 위해 당연한 부작용 예방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매출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사회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강변하기 위해 마사회가 동원하는 외곽단체나 마사회의 필요에 이끌려 동원되는 일부 사람들이 마치 경마를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사회는 마사회의 것이기 이전에, 마주들의 것 이전에, 마사회 기금의 혜택을 받는 단체들의 것 이전에 바로 경마팬들의 것입니다.

마사회를 위해서도 그리고 경마팬을 위해서도, 나아가서는 경마가 멋진 스포츠로 멋진 레저 오락,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경마팬들께서 나서 주실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사회가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하고 올바로 일어서는 것이 저희들의 같은 바람 아니겠습니까?

아울러 마지막으로 사감위에 대한 많은 격려와 질책도 당부 드립니다. 사감위가 출범한지 이제 겨우 일년 남짓입니다. 분명한 명분 속에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 속에 사감위가 문을 열었지만, 그리고 사감위 위원들이나 사감위 직원들은 욕심 없이 선의를 가지고 일한다고 하지만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저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격려, 올바로 길 수 있는 가르침들을 꼭 나누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뜻하지 않게 신부가 경마와 사행산업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참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왕에 제게 맡겨진 역할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쓴 글이나 생각에 부족한 점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심 없이 이 글을 썼다는 것, 그리고 도박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렇게 까지 나서게 되었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당부 드립니다.  

두서 없이 장황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