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유도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어떤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지만, 전에 인간시대 비슷한 형식으로 추성훈이란 선수에 관한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재일동포로 한국에서 유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여러 대회에 참가, 우승도 하고 다수 입상하는 등 대표급 기량을 선보이지만 국가 대표 선발전에만 나가면 국내 유도판의 학연주의, 연고주의 같은 텃세 때문에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물론 실력이 미진해서 상대에게 패했던 경기도 있었겠지만 각종 대회에서 1위를 휩쓸던 선수가 국대선발전에서만 수도 없이 굴러 떨어진다는건 말이 안 되고, 당시 그를 지도하던 한국인 코치 역시 그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머니와 함께 변변치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당시에도 일본의 여러 팀에서 그를 스카웃 하려 했으나 할아버지의 조국(아버지인지 할아버지인지는 확실치 않음)에서 뛰고 싶은 마음에 거절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그는 28살의 늦은 나이에 일본 대표팀에 발탁됐다… KBS 카메라 앞에서 자기가 받을지도 모를 비난을 의식하는 듯 상기된 얼굴로 일본, 한국 가리지 않고 응원해줬으면 한다는 그의 말에 참 안타까웠다. 이미 유도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지나버린 그… 조국이라는 명목하에 청춘을 허비하게 만든 한국 유도판에 본 때를 보여주길 바란다.

아직도 국대선발전에서 패한 후 한국인 코치가 그에게 "미안하다 성훈아…" 라고 울먹이던 목소리가 생각이 난다.


2002.04.23
2004/06/07 12:48 2004/06/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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