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고 무리한 조교는 금물



조교의 성공 여부는 규칙적인 운동속에서 부과된 스트레스에 마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응하는가에 좌우된다. 말이 운동을 하면 마체에 일시적으로 조직손상이 유발되는데, 이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회복되어 좀더 강한 조직이 된다. 비슷한 강도의 운동을 반복하면 조직의 손상과 회복이 되풀이되는데, 그 손상되는 정도가 점점 약해진다. 그만큼 운동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반복하더라도 실시하는 운동강도와 운동량이 매번 일정하면 마체는 그 정도의 운동에는 잘 적응되지만 체력이 더 이상 향상되지는 않는다. 체력의 향상은 운동강도와 빈도에 따라 증가한다. 운동강도와 운동빈도가 증가하면 체력도 향상되지만 반대로 이들이 감소하면 체력도 감소한다. 그러나 운동강도나 빈도가 무리하게 증가하면 체력이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직을 손상시켜 체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규칙적인 운동이 중지되거나 운동량이 감소하면 그동안 조교로 향상된 말의 능력이 감퇴한다.

격렬한 운동을 하면 마체는 심각하면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받는다. 우선 격렬한 운동시에는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에너지 원료인 혈당과 글리코겐이 다량 소모되어 체내 비축량이 감소하는 반면 젖산과 같은 노폐물은 다량 축적된다. 또 운동시 물리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 등은 무리한 긴장으로 손상을 받아 조금씩 금이 가고 찢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 땀을 많이 흘려 체액이 줄어들고 그와 함께 체내 전해질의 손실로 균형이 파괴되어 정상적인 신진대사가 억제된다. 이밖에도 심한 운동은 혈중의 코티졸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이것이 장기화되면 면역능력이 억제되고 결국 각종 감염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생리적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마체의 피로가 나타난다.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면 혈당, 글리코겐 등 운동에너지 원료들이 사료를 통해 혈액과 근육 내에 재충전되며 수분섭취를 통해 체액과 전해질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 또한 손상되었던 근육과 인대섬유들도 복구되며 복구과정에서 좀더 단단해진다. 이런 종합적인 생리적 반응을 회복이라 한다.
이처럼 조직의 파괴와 회복의 순환은 조직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조교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조교를 진행하는 기간 중에는 운동 후 피로가 회복될 수 있는 휴식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한 운동을 한 경우는 보통 2일 이상의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이라고 해서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고 마방에 가만히 세워두는 것보다는 가벼운 운동을 시


켜야 피로회복이 더 빨라진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을 너무 자주 시키면 피로가 회복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므로 마체의 조직 파괴율이 회복률을 초과하게 되어 말은 피로가 누적되고 마체는 더욱 악화된다. 그런 것이 바로 과조교 현상이다. 그러므로 출주에 대비하여 운동강도를 높여서 조교를 할 경우에는 매일 강한 조교를 연속적으로 시키는 것보다는 강한 조교를 하루 시켰으면 다음날은 저강도 조교를 시키는, 즉 격일제 인터벌 방식으로 조교계획을 수립해서 마체 피로가 회복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에 의해 조직이 적응되는 것은 단기간 내의 적응과 장기간 내의 적응으로 구분된다. 마체는 각 조직과 기관별로 운동에 적응되는 기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심맥관계, 즉 심장, 혈관과 근육계는 짧은 시간 내 적응된다. 따라서 수 주일 내에 적응하여 조교의 진행에 따라 기능이 빠르게 향상된다. 그렇게 되면 말의 주행능력이 상당히 증가되어 일시적으로는 빠른 속력을 낼 수가 있다. 그러나 지지조직인 골격, 건, 인대, 발굽 등은 운동에 대한 적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서 말이 빠르게 달리는 속력을 지탱할 만큼 단단해지려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심맥관계 및 근육계와 지지조직의 균형적인 발달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조교기간을 여유있게 잡아서 적절히 적응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조직은 아직 강하고 빠른 운동을 견딜 만큼 적응이 안되었는데 심맥관계와 근육계만 먼저 발달되어 지지조직이 견딜 수 없는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마체에 충격을 많이 주어 결국 지지조직을 상하게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신마 조교에서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가 아직 사지는 약한데 말에게 힘이 붙어 달리려고 하는 욕구가 강해 주로에서 기승자의 의사와는 반대로 심하게 끌며 달리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구절염이나 건염과 같은 운동기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그 외에도 경주마로 데뷔한 직후 3세 초반까지는 잘 달리다가 그 후에 능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운동기 질환에 걸려 못쓰게 되는 말들이 있는데, 이런 사례는 대부분 골격이 완전히 다져지기 전에 무리하게 경주에 출주하면서 사지에 걸리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다.그러므로 신마를 조교시킬 때는 속보나 가벼운 구보(펄롱타임 20~25초)로 적어도 4~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시켜 심맥관계·근육계와 지지조직을 함께 발달시킨 후에 본격적인 고강도 스피드조교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또한 경주 출전에 대비해 본격적인 스피드 조교를 시킬 때도 연일 빠른 속도로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는 것보다는 사이 사이에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하루 또는 이틀씩 저속도 지구력운동을 끼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병선 / 핸디캡과장
2006/01/03 02:45 2006/01/03 02:45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Trackback RSS : http://www.fallight.com/rss/trackback/541

Trackback ATOM : http://www.fallight.com/atom/trackback/541


« Previous : 1 : ... 1018 : 1019 : 1020 : 1021 : 1022 : 1023 : 1024 : 1025 : 1026 : ... 1287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