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이온음료를 좋아할까?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을 하거나 산행을 할 때, 물에 간장을 타서 마시면 훨씬 힘들지 않다고 한다. 또한 TV를 통하여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작전시간‘에 선수들이 갈증을 풀기 위하여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주마는 갈증을 느낄 때 맹물이 아닌 이온음료를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자동차가 달릴 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엔진에서 열이 더 많이 발생하여 냉각수가 없다면 엔진은 곧 과열될 것이다. 이것은 연료가 연소하면서 에너지가 생성되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상당량은 열로 방출됨을 말해준다.

이러한 현상은 동물의 신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물의 체내에서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화학적 반응이 진행되고, 이 과정의 부산물로 열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운동시 열이 발산되지 않고 체내에 남게 되면 화학반응은 더욱 빨리 진행되고 열의 생성은 더욱 많아진다. 온도가 10℃ 상승하면 화학반응속도는 2배로 증가한다. 물론 동물의 체온이 정상보다 10℃ 상승할 수는 없지만 이는 체온이 1℃ 상승하면 대사량이 10% 증가함을 의미한다. 말이 운동할 때 체열 발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5~8분마다 1℃씩 체온이 상승한다.

체온의 상승은 말초혈관에서 적혈구로부터 산소가 분리되는 것을 도와주고 최대 심장박동수를 늘려줘 근육의 운동수행 능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효소의 활성도가 증가하여 에너지 생성을 증가시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체온이 너무 상승하면 효소의 활성도가 감소하면서 열사병에 이르게 된다.

말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운동강도가 높고 근육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체중에 대한 체표면적은 작다. 예를 들면 체중 60kg인 사람은 체표면적이 1.7㎡인데 비하여 5백kg의 말은 5㎡에 불과하다. 이는 말이 다른 동물에 비하여 운동시 체열생산이 많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말은 체열발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체열의 발산은 많은 양이 땀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즉 사람과 말에서 발한은 체열을 발산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땀의 기능과 체액의 손실



동물은 종류에 따라 땀의 기능이 서로 달라 미생물 번식의 억제에서부터 번식행위에 중요한 페로몬(pheromone)의 생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양·개·고양이와 달리 소과의 일부 동물, 영장류, 말과를 포함한 몇 종류의 동물에서 발한은 체온조절의 중요한 기능이다. 즉 물 1g이 기화열로 발산되는 열량은 5백80cal이다. 따라서 물(땀) 1ℓ가 피부에서 증발되면 5백80kcal의 열량이 발산되는 셈이며 10ℓ의 땀을 흘리면 5천8백kcal의 열량을 발산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운동시 땀에 의한 체액 손실량 또한 엄청나서, 일반적으로 운동강도 중간정도(3.5m/초)로 6시간 운동하면 체중의 5~6%(27kg) 손실을 가져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체중의 9.1%에 해당하는 46.4kg의 손실이 있는 말도 있었다. 트레드밀에서 최대산소섭취량의 40%로 운동할 때 발한량은 21~34㎖/min/㎡인데 이러한 양은 4백50kg 말이 시간당 6.5~9ℓ에 해당하는 양이다.

1~2마일(1마일은 1.64km) 경주한 서러브레드에게서 준비운동(warm-up), 경주, 정리운동(cooling down)의 땀 손실을 합하면 10ℓ에 이른다는 실험 결과로 보아 경주로에서 장거리(1천8백m)를 달리는 경주마도 이러한 정도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간주된다. 조교시에는 이보다 월등히 많은 수분 손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 이온음료는 맹물보다 좋은가?



탈수가 유발되었을 때 맹물만 먹이면 체액(혈장)의 삼투압은 낮아질 것이다. 신체는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하여 여분의 물을 배출하여야 할 것이고, 이 때 전해질이 함께 손실된다. 다시 갈증이 유발되고, 또 맹물을 먹으면 혈장삼투압이 더욱 낮아진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말초조직으로 수분의 확산이 증가된다. 마찬가지로 뇌조직으로 수분이 확산하게 되어 수분중독(water intoxication)에 이르게 된다.

표1에서와 같이 땀으로 많이 잃는 전해질은 나트륨(Na+), 염소(Cl-), 칼륨(K+)이다. 사람에 비하면 나트륨은 2배, 염소는 3배 가량 손실이 많고 손실량은 땀의 분비량과 삼투압에 비례한다. 특히 칼륨의 손실은 말이 사람에 비하여 월등히 많아 16배에 이른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경주로 인하여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이온음료를 통해 손실된 칼륨을 충분히 보충해야 할 것이다.

말에서 혈장 칼륨의 정상 범위는 3.2~4.2mEq/L이다. 운동 중 특히 습보(gallop)와 같은 고강도 운동시에는 고칼륨혈증(hyperkalemia)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세포내 칼륨농도는 20% 정도 감소한다. 세포외액의 칼륨농도 증가와 세포내액의 칼륨 감소는 안정막전압을 10mV 감소시키며, 고강도의 훈련 중 골격근의 피로 유발에 관여한다. 이러한 고칼륨혈증은 운동중지와 더불어 원래의 농도로 회복된다. 그러나 운동이 장시간 계속되어 땀을 많이 흘렸다면 최소한 나트륨·칼륨·염소의 농도는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하여야 말의 피로가 빨리 회복된다. 물론 전해질은 사료를 통하여 공급하고 맹물을 주어도 언젠가는 회복이 되겠지만 운동 전후에 이온음료를 먹게 하면 빨리 회복될 것이다.



이온음료의 성분은?



대부분의 이온음료는 물, 이온, 흡수를 촉진하는 물질 등을 함유하고 있다. 포도당이나 글리신(glycine)은 소장에서 나트륨의 흡수를 촉진할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이와 같은 전해질이나 유기물질의 흡수는 물의 이동을 촉진하므로 이온음료는 장관에서 물보다 빨리 흡수된다. 칼륨·나트륨·염소이온은 이온손실을 대체하기 위하여 함유되어 있으며 시트레이트(citrate) 혹은 아세테이트(acetate)는 간에서 대사되어 중탄화수소(HCO3-)를 생성하여 혈액을 알칼리화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하트먼(Hartman) 용액의 렉테이트(lactate)는 아세테이트(acetate)와 마찬가지로 간에서 대사되어 HCO3-를 생성하므로 대사성 산증이 유발되는 심한 설사의 경우에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설사가 지속된 경우에는 대사성 산증이 수반되므로 Cl-보다는 HCO3-를 투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HCO3-가 함유되면 제조 단가가 높아지는 결점이 있다. 참고로 사람이 현재 사용하는 이온음료는 칼륨·염소·나트륨 이외에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B1, B2, B6, 아미노산인 나이아신이 포함되기도 한다.



얼마나 어떻게 먹이나?



다른 동물도 비슷하지만 체중 5%의 탈수가 있으면 말은 임상적인 증상을 보인다. 이는 5백kg 말에서 25kg에 이르는 양이다. 말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위(胃)의 용적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탈수가 심하면 비위관(nasogastric tube)을 통하여 투여하기도 하는데, 단순히 땀을 흘렸을 때는 6~8ℓ씩 15~20분마다 나누어 공급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갈증이 심하지 않으면 등장액은 맹물에 비하여 마시기 좋지 않다. 그리하여 최종 용액의 삼투압이 약간 저장성이 되도록 만들고 용액을 차게 하면 말이 쉽게 섭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성 문제로 동물약품에 아직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 문헌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면 “단기간 고강도의 운동 전후 수액이나 이온을 보충하는 것은 경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우리나라 경주마가 이온음료를 먹게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여 본다.

▷ 주) 땀샘에는 에크린(eccrine) 선(腺)과 아포크린(apocrine) 선(腺)의 두 종류가 있다. 에크린선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땀을 분비하는 땀샘이고 아포크린선은 사람의 겨드랑이, 젖꼭지, 항문 주변에 분포하고 있는 땀샘을 말한다. 아포크린선 세포는 원형질의 일부가 탈락하여 분비액에 함유되어 있으며 양이 적고 체취(액취)의 원인이 된다. 양, 개, 고양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피부에 아포크린선만 분포하기 때문에 이들 동물은 흔히 땀샘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 동물은 혀에 에크린선이 발달하여 있다. 더운 여름철에 체열을 발산하기 위하여 혀를 빼고 헐떡거리는 개의 혀를 보면 땀이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일석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2006/01/03 22:20 2006/01/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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