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출혈은 경주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경주마의 페출혈이란

97년 9월20일 제4경주에서 13번을 달고 출전하였던 ‘게리오웬’이 4코너를 돌아 결승선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던 중 결승선을 불과 3백여m남겨두고 갑자기 주춤하면서 뒤처지기 시작하더니 앞다리가 휘청거리며 최봉주 기수와 함께 주로 위에 나뒹굴었다. 관람석에서는 “우우”하는 공포섞인 탄성이 터진 후 순간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기수는 황급히 출동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코로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게리오웬’은 머리 한번 들지 못한 채 모래 주로 위에서 숨이 끊어졌다. 수의사가 출동하였을 때는 이미 심장박동이 정지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어 그말은 부검실로 옮겨졌고 급사의 원인은 폐출혈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이렇듯 경주마가 경주 중에 갑자기 속력이 떨어지거나 넘어져 죽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인은 대부분 폐출혈이다. 더러는 허파 자체가 파열되어 흉강에 혈액이 흥건하게 고여 있을 만큼 심한 경우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경주 후에 양 콧구멍에서 쌍코피를 흘리며 들어오는 말은 1년에 약 1백여 마리가 될 정도로 흔하다.

일단 폐출혈이 발생한 말은 숨을 몰아쉬면서 심히 고통스러워 한다. 그것은 출혈된 혈액이 기도의 공기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혐오감을 줄 뿐만 아니라 급격히 주행속도를 감소시킴으로써 경주 중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폐출혈이 발생하면 기대한 만큼의 경주성적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경마팬을 실망시키고 금전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말과 기수의 보호는 물론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페출혈을 일으킨 말은 일정기간 경주출전을 제한한다. 이처럼 경주마 폐출혈은 경마장에서 늘 관심의 대상이 되며 말썽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다.


폐출혈의 발생원인

이미 3백년 전에 경주마가 운동 후 비출혈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서러브레드의 경우는 경주 후에 비출혈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출혈이 되는 부위와 출혈의 원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가 20여년 전 내시경이 개발되고부터 출혈되는 부위가 폐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경주 후 폐출혈의 실제 발생은 콧구멍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즉, 서러브레드의 경우 경주를 하고 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 70%의 말이 폐포혈관이 파열되어 내시경으로 검사할 때 기관지벽에 혈액이 묻어 있는 흔적이 관찰된다고 한다.

그중에 출혈이 아주 심한 경우는 혈액이 목을 타고 콧구멍까지 흘러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비출혈로 보이는 것이다. 이런 폐출혈의 발생원인은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개척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주장된 여러 학자들의 가설을 종합해보면, 말이 전력질주를 하게 되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되는데, 폐의 모세혈관은 가스교환을 위해 아주 얇아 터지기 직전의 상태까지 팽창된다. 게다가 말은 달릴 때 복강 창자의 전후방 피스톤 운동으로 횡격막이 흉강을 좁혔다 넓혔다 하면서 날숨과 들숨을 번갈아 하는 반자동식 호흡을 하는데, 앞다리가 착지하면서 창자가 앞쪽으로 쏠리는 순간 횡격막이 폐를 압박하게 되고, 이때의 높은 혈압으로 팽팽히 긴장된 얇은 모세혈관이 파열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사전에 충분히 훈련이 안돼 모세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진 말에서 더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고 한다. 이와 함께 외국의 한 폐출혈 발생동향의 조사에서는 대략 나이 어린 말보다는 늙은 말에서, 수말보다는 암말이나 거세마에서, 다른 품종의 말보다는 서러브레드에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러나 나라별 또는 지역간의 발생률 차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폐출혈 발생동향

우리경마장에서도 폐출혈의 발생률은 결코 적지 않다. 개인마주제 이전에는 연간 30여두에 불과했던 폐출혈 발생건수가 개인마주제 이후 갑자기 3~4배로 폭등하여 93년에 1백18건, 94년에 83건, 95년에 83건, 96년에 1백 24건 그리고 97년에는 1백6건으로 5년간 5백14건이 발생되었다. 이것은 분명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경주에서 경쟁성이 치열해진 것이 그 주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면서 상금체계의 변화 또는 마주의 승부욕 등이 작용하여 전력질주의 정도가 좀더 강해짐에 따라 마체에 미치는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이 원인인 듯 싶다.그러나 발생경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지 않고는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5년간에 콧구멍을 통해 폐출혈된 5백14건(1회 출혈마 3백5두 2회 출혈마 76두 그리고 3회 출혈마 19두 등 총 4백두의 말에서 5백14건 발생)의 말을 상대로 발생동향을 조사해보았다. 관리되는 경주마가 1천두라면 콧구멍으로 혈액이 유출될 정도의 폐출혈이 발생하는 말은 1백35두였고, 하루에 1백20두 정도가 출전하게 되면 1두 정도는 경주 후 폐출혈을 보였다는 얘기다. 발생기간은 처음 출주 후 평균 14.9개월 만에 1차 폐출혈이 발생되었으며,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1차 발생 후 평균 6.1개월 만에 2차 발생 후 평균 6.6개월 만에 3차 발생하여 단기간에 재발되었다.

1차, 2차, 그리고 발생 후 평균출주율은 각각 월 1.05회 월 1.2회 그리고 월 1.1회로 나타나 전경주마의 평균출주율이 월 0.8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폐출혈마들의 출주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폐출혈 후에도 오히려 출주율이 높았다. 이것은 빈번한 출주로 인해 마체의 스트레스가 그만큼 가중된 것이 폐출혈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말 개체 측면에서 발생되는 경향은 성별로는 암말, 나이별로 5세 이상 말로 조사돼 외국의 경우와 동일하게 나타났다. 등급별로는 상위등급말에서 폐출혈이 많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상위등급으로 올라갈수록 나이는 많아지는데 경쟁성은 점점 증가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체중이 증가된 말들에서 발생률이 높았는데, 이는 증가된 체중 자체가 경주부담을 가중시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체중이 증가되었다는 것은 운동을 통한 적절한 체중조절이 안되어 마체의 컨디션이 불량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호흡기질환을 앓았던 말에서 폐출혈이 발생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조사해 본 결과 관련성이 없었다.부담중량이 무거운 경주, 중장거리 경주 그리고 핸디캡경주 등에서 폐출혈이 많이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쟁력이 고조되고 경주부담이 높은 경주에서 폐출혈이 다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핸디캡경주의 경우 다른 부담중량에서 부여된 실평균 중량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폐출혈 발생률이 특히 높았다는 것은 핸디캡경주의 특성인 우승기회균등이라는 대원칙에 기인하여 경쟁성이 증가하면서 마체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의 경우는 겨울철에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차가운 외부의 공기가 갑자기 폐로 유입돼 모세혈관의 유연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서울경마장의 경우 계절별로는 봄철에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은 말들이 성적으로 충동을 일으켜 자주 흥분을 하는 번식철이다. 이때 신체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호르몬변화와 어떤 관련은 없을까도 생각해본다. 산지별로 폐출혈 발생률을 비교해 볼 때 국내산마의 발생률이 가장 낮았고 영국·아일랜드산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내산마의 발생률이 낮게 나타난 것은 기후 또는 풍토면에서 외국산마에 비해 적응성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국내산마는 비교적 단거리경주에 많이 출전하므로 마체에 경주부담이 적게 걸리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영국·아이랜드산말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설명되기 어려우나, 이는 영국·아일랜드산말들이 비교적 경주성적이 좋다는 평가가 돌자 상위등급에 무리한 출전을 시켜 마체에 부담이 크게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폐출혈이 경주에 미치는 영향

경주 중에 폐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주행속도가 감소되고 대부분 후미그룹으로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폐출혈이 발생되면 해당 경주에서 능력 발휘에 실패, 착순이 부진해짐은 물론 그 다음 경주에서도 종전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5백14건의 폐출혈 발생시 착순·기록 등을 분석하고, 폐출혈발생 전후의 경주들도 조사해 보았다. 폐출혈마들의 폐출혈 당시 착순을 조사해 본 결과 1~3착의 폐출혈마 비율은 0.55%인데 비해 7~9착과 10착 이상의 폐출혈마 비율은 각각 0.90%, 1.13%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즉 착순이 늦을수록 폐출혈마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경주 중에 폐출혈이 발생한 말은 선두그룹에 입선하기보다는 후미그룹으로 처지는 경향이었다.폐출혈마의 폐출혈이 발생한 경주 및 폐출혈발생 전 3개 경주와 후 3개 경주 각각의 평균착순을 산출한 결과 폐출혈이 발생되기 전 경주의 평균착순부터 착순의 지연을 보여 폐출혈 당시는 평균착순보다 상당한 부진을 보였으며, 폐출혈 후 경주에서도 지속적인 부진상태를 보였고, 그후 경주들에서는 약간 회복세를 보이긴 하였으나 전 경주의 평균착순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보였다.

폐출혈마의 폐출혈경주 및 폐출혈 전 3개 경주와 후 3개 경주 각각의 단위기록(1천m 기록)을 산출한 결과 역시 폐출혈발생 전 경주기록부터 기록의 지연을 보여 폐출혈 당시는 단위기록이 평상시보다 0.5초 지연되어 거리로 환산하면 7~8m정도 늦어진 부진을 보였으며, 폐출혈이 발생된 직후 경주에서도 지속적인 부진상태를 보였다.

그후 경주들에서는 약간 회복세를 보이긴 하였으나 아직도 이전 경주의 단위기록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보였다. 이상의 상황을 토대로 유추해 보건대, 폐출혈 발생 직전 경주부터 마체가 불량한 컨디션을 보이다가 그 직후 경주에서 폐출혈이 유발되었다. 그 영향으로 마체의 컨디션 불량이 지속되어 그후 경주들도 지속적으로 능력부진상태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우승마와의 기록차이별 폐출혈발생건수를 조사한 결과 우승마와 1초(약16m) 이내의 차이로 결승선에 도착한 말은 전폐출혈마 중 25.3%에 불과하였으며, 1초 이상 늦게 도착한 말이 74.7%로 대부분이었다. 특히 2초(약 32m) 이상의 큰 차이로 뒤늦게 도착한 말이 46.3%를 차지’하여 폐출혈이 발생한 말은 경주기록이 부진하여 우승마와의 거리격차가 심해져 경주의 박진감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마에서 베팅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1~3착 이내로 입선한 말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승유력마로 예측되었던 말이 폐출혈로 인해 능력발휘에 실패하여 입선하지 못한다면 경마팬을 실망시킬 뿐만 아니라 부정의 의혹을 유발시킬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한편 총 5백14건의 폐출혈마 중 18건의 1착마가 있었다.

그렇지만 서울경마장의 1경주당 평균출주두수가 11.8두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볼 때 5백14두 출전하였다면 1착으로 결승선에 도착할 말은 43.6두이어야 한다. 43.6두에 비해 18두는 41.3%에 불과하며, 이와 같이 1착의 확률이 줄어든 것을 폐출혈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폐출혈의 정도에 따라 경주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출발 후 어느 지점에서 폐에 결정적으로 출혈이 생겼느냐에 따라 경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즉 2천m경주시 중간지점인 결승선 1천m전방에서 폐출혈을 일으킨 경우와 결승선 1백m전방에서 폐출혈을 일으킨 경우는 그 경주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머지 결승선까지의 주행거리가 길수록 폐출혈 상태로 달려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의 어떤 학자는 폐출혈마는 경주능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콧구멍까지 출혈되었던 말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허약한 폐를 갖게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학자는 경주중 콧구멍을 통해 다량의 혈액이 유출되면서 결승선에 늦게 도착한 말은 아마도 출혈된 혈액이 호흡을 억제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폐출혈과 경주성적의 관련성을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폐출혈마는 결승선 도착순위가 지연되고, 경주기록도 연장된 것으로 보아, 콧구멍으로 출혈될 정도의 심한 폐출혈이 발생된 경우는 해당경주에서 기존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그 다음에 출주한 경주에서도 능력의 회복을 보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폐출혈을 예방하려면

폐출혈 예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 단계별 적응조교라고 본다. 사람과 마찬가지다. 평소 별로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어떤 체육대회에 참가하여 진열된 상품에 눈이 어두워 무리하게 1백m 달리기를 했다고 하자. 대부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숨은 목에 걸리고 가슴은 쓰리며 하늘은 노래진다. 운동에 비해 신체가 그만큼 단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폐의 산소흡입 능력이 낮고, 그러다 보니 심장은 부지런히 박동을 해도 근육에서 필요한 만큼의 산소를 공급해 줄 수가 없어 박동수만 늘어나 심장이 매우 피곤해진다. 때때로 경주 중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주로에 쓰러져 죽는 일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혈압과 호흡수가 증가되어 과부하가 걸린 폐포혈관은 파열되고, 출혈된 혈액은 기도의 공기흐름을 방해하여 말을 질식시켜 경주능력을 저하시킴은 물론 심하면 경주 중 질식사를 유발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빈번한 출주는 폐출혈발생을 증가시키므로 지양해야 하고, 출주할 말은 충분한 기간동안 적응조교를 통해 체중조절과 운동관리를 한 후 출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능력하향세의 고령마는 경주부담이 큰 중장거리경주 또는 핸디캡경주를 피하는 것이 폐출혈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김병선 / 진료팀 계장

2006/10/09 11:23 2006/10/09 11:23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Trackback RSS : http://www.fallight.com/rss/trackback/725

Trackback ATOM : http://www.fallight.com/atom/trackback/725


« Previous : 1 : ... 919 : 920 : 921 : 922 : 923 : 924 : 925 : 926 : 927 : ... 1287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