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7

2008/01/07 20:23 / My Life/Diary

새로운 이론을 머릿속에 세웠다하더라도, 기존에 사유하던 하나의 엄선된 경험적ㆍ실험적ㆍ학술적(소위 귀납적) 논리를 함부로 폐기해서는 안 된다. 폐기를 유보하고 새로운 논리와 융합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상에는 그 어떤 전우주적 완전성을 가진 이론은 없으므로 --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혹은 우리의 인식이 영원히 도달할 수 없기에 -- 모든 부분 사이의 통섭이 필요하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명확하다.

너무나 많은 길을, 그것도 너무나 멀리 돌아서, 결국 제자리에 선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한 불명확함 속에서, 미아가 되었다.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부분
2008/01/07 20:23 2008/01/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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