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7

2008/09/17 22:30 / My Life/Diary

이리저리 모기에 물린 곳을 긁고 있는데, 가을 모기는 죽이지 말랬다. 불쌍하니까,  라는 다자이 오사무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자이를 안 읽은지 상당히 오래되었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글귀를 이곳에 적은 기억이 났다. 찾아보니 2007년 10월 18일의 글이다.

목이 마르고 허리가 아프다. 하루하루가 지겹다. 일이 지겨운 게 아니라 하루가 지겹다. 그래서 일에 매진하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정신을 차리면 끝장이다. 기계적이고 구조적인 일의 루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최선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의 자유를 구속하기 위해 오락과 일에 매진하는가... 나 역시 그렇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ㅡ 난 2005년 10월 17일에 모기를 언급한 니체의 글귀를 이곳에 옮긴 적이 있다. 우습지.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나 없다지만. (올해는 왜 한 달이 빠르지?)


우리는 빛이고
몸은 빛의 구속이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
악취미로 빛을 가두어 당신을 닮은 인간을 만드사ㅡ 인간의 시작은 곧,
神의 모방.

모방은 자살이다. (아, 아마도 어느 문예사조의 구호인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일을 하는 내 자신을 보면 너무나 우습다.
나는 내일도 웃는다.


조용한 무덤 속에서 니체와 뉴튼을 읽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마나 정상적인가!

목마른 계절,
가을이다.

2008/09/17 22:30 2008/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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